이 글을 나 스스로 지금의 감정을 기록해 두고 싶어 쓰는 글이다.
몇 시간 전 나는 외할아버지가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두 번째 생 이별이다.
첫 번째는 10년 넘게 기르던 강아지의 죽음이었다.
모든 이별에는 헤어지는 사람이 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가와 감정이 비례하는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해서 외할이버지는 나를 태어나게 해 주신 분이지만 내 삶에 있어서 큰 접점을 가진 것은 아니다. 어머니의 마음이 어떨지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다.
할아버지는 몇일 전부터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중환자실에 들어가 계셨다. 그때부터 나는 뭔가 느낌이 안 좋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에 할아버지의 별세를 듣고 바로 떠오른 것은 몇 달 전 마지막으로 할아버지 집을 찾아갔을 때 뵀던 "언채도 왔나!" 하시며 좋아하시던 모습이다.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았지만 그 기억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떠오를 때마다 슬퍼진다.
학창 시절 내가 공부도 안 하고 말을 안들을 때면 어머니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에게 투덜대시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알아서 잘할 거라며 오히려 화내셨다. 그리고 내가 대기업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알렸을 땐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를 축하해주시곤 알아서 잘할 줄 알았다고 말씀해주셨다.
만남은 많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항상 나를 믿어주셨고 내 편이셨던 고마운 분이었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의미"라는 책을 읽어보면 삶은 여행이라고 칭하고 있다. 여행에 출발과 도착이 있듯이 삶에는 만남과 이별이 있다. 그리고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삶이라는 여행을 하고 있는 과정이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할아버지는 나보다 조금 일찍 여행을 출발하셨고 먼저 도착하셨을 뿐이다. 이제 여행을 마치셨으니 고통 없는 좋은 곳에서 잘 지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은 안 좋은 일이 많았다.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하루 정도는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 unlu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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