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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개발자의 극히 주관적인 글입니다.

[ 잡담 ]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신입으로 스타트업에서 살아남기!」 편의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 

[ 퇴사를 앞두고 ]

목요일에 대표님에게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이번 달까지 일을 할 것이며 혹시나 인수인계 사항이나 개발 쪽으로 일이 많이 필요하실 때 연락 주시면 언제든 달려와 도와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누군가는 "한 두 달 일해 놓고 뭘 배웠다고 할 수 있냐"라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난 그 짧은 시간 일하면서 나에게 많은 공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오래 회사를 다닐수록 배우는 것이 더 많아지겠지만 회사에 있는 것보다 밖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보겠다.

[ 느낀 점 ]

1. 출퇴근

자가용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했기 때문에 비가 오나 날씨가 덥나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출근시간은 자유로웠기 때문에 차가 별로 없는 10시 정도에 출근했고, 퇴근시간은 18시 길이 막히기 시작하는 시간대여서 조금 오래 걸릴 때도 있었지만 노래 들으면서 흥얼거리면서 운전하면 금방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door to door로 20~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는데 딱 좋았던 것 같다. 차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 은근 스트레스도 풀리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라 너무 짧아도 별로일 것 같다고 느꼈다.

2. 복지

복지적으로 회사는 나에게 전혀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13시 30분~17시 30분까지가 근무시간이었기 때문에 출근하는데 전혀 부담감이 없었다. 물론 하루 이틀 빼고는 10시 30분에 출근했던 것 같다. 점심은 대표님이 도시락 업체에 배달시켜주셨다. 매일 반찬이 달라서 질리지 않았고 아주머니의 음식 솜씨가 좋아 점심시간은 매번 기대가 되었다. 음료나 과자도 잘 구비되어 있어 육체적으로 일하기 편한 환경이었다.

3. 상사

대표님의 본인의 사업에 대한 철학은 아주 멋있었다. 지금 당장 돈을 벌고자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오면서 경험하신 것들을 정리하여 자신과 같은 길을 지나갈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을 꾸려나가는 것이 꿈이라고 하셨다. 사업 모델, 콘텐츠와는 별개로 그 마인드가 아주 멋있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그 마인드에 극히 공감한다. 돈은 열심히 꿈을 좇다 보면 따라오게 되어있다.)

하지만 개발과 관련된 프로젝트 경험이 부족하셨다. 프로젝트의 진행 방향을 뚜렷하게 결정하지 못하셨다. 대표님은 앱 개발을 원하셨는데 뭐부터 진행해야 하는지 잘 모르셨다. 그 결과 개발직으로 채용된 내가 지금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은 외주업체가 만들어준 앱의 테스트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나와 학교 후배가 "동물의 숲" 그 작은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하는데도 2달간 하루 이틀 빼곤 매일 줌을 통해 6~8시간씩 회의를 하고 개발을 했다. 그런데 시장에 내놓을 제대로 된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셀 수 없는 회의를 통하여 서비스를 갈고닦아야 제대로 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4. 개발

내가 처음 회사에 입사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주말 빼고 매일 출근해도 월급은 100만 원을 넘게 받지 못한다. 면접을 볼 때도 대표님에게 말했다. "월급은 적게 줘도 상관없다. 회사와 함께 내가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지금 당장 100만 원을 더 받고 안 받고는 나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나중에 제대로 된 개발자가 되었을 때 매달 100만 원을 더 받을 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실력을 쌓고 싶었다.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를 길게 써봤습니다...)

하지만 지금 회사는 전혀 그런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없었다. 지금 회사에서 가장 바쁜 파트는 마케팅 부분이었다. 외주 업체에서 우리 회사의 앱 개발을 마쳤고 광고를 통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단계다. 추후에 사용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어 개발에 관련된 피드백을 받으면 그때야말로 내가 할 일이 생기는 것이었다.

앞자리에 마케팅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는 디자이너분들은 바쁘게 일하고 옆에 대리님 또한 무언가 열심히 하고 계시는데 나 혼자 자기 계발을 하고 있자니 이럴 거면 집에서 혼자 공부하고 프로젝트하는 게 더 눈치도 안 보이고 좋은 환경에서 능률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에 도움될 만한 것을 찾아서 개발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오더를 받고 싶어 회의를 더 적극적으로 가지자고 피드백을 해봤지만 회의의 횟수는 조금 늘었지만 마케팅에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뤘고 개발에 관련된 이슈는 전혀 구체적이지 않고 "이렇게 한 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정도였다.

5. 팀원과의 소통

팀원과의 소통이 거의 없었던 것이 퇴사 이유가 될 만큼 중요한 부분이었다. 대학교 때만 해도 "팀 프로젝트 왜 해야 하지? 그냥 혼자 하면 내 입맛에 맞춰 개발하면 되니 더 쉽고 빠르게 끝낼 수 있는데"라고 생각했다. 그게 잘 못된 생각이라고 뼈저리게 느꼈다. 

회사에 지원하고 처음 연락이 왔을 때 개발자가 이미 한 명 있다는 소리를 듣고 선배님에게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대리님과 개발에 있어서 큰 교류가 없었고 나중에는 편의점 할인 품목 가져오기 프로젝트나 대표님의 지시를 받아 테스트용 앱을 개발해도 아무런 피드백을 받을 수 없었기에 대리님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서로 성장하는 속도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그렇기에 내가 이 회사에 남아있어도 성장은 거의 멈춰있을 것이 확실했다.

 

[ 퇴사 후 계획 ]

1. 사업

국가지원금을 받아 청년 사업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있어 도전하게 되었다. 사업부를 담당하고 있는 친구가 구인 글을 올린 것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참가하게 되었다. 정부지원금 금액은 5000만 원~1억 이상이 되는데 꼭 잘 됐으면 좋겠다.

 2. 해커톤

1번의 사업 담당하는 친구가 해커톤도 도전해보는 게 어떻냐고 말해줘서 그것도 준비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대학교 때 참가했던 GIF 해커톤이 너무 재미있었던 기억이 남아 이번에도 즐겨보고 싶다.

3. 네트워크 공부

회사에 가면 네트워크 쪽으로 일하게 될 수도 있으니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기존에 네트워크 쪽은 제대로 공부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해야 할 공부가 태산이다. 앉아서 코딩하는 건 자신 있지만 암기하는 것은 정말 못하기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한다. "개발을 한다면서 네트워크를 몰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결국 개발을 잘하기 위해서 밑거름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자.

 

[ 마지막 한마디 ]

7주 차에서 적었던 말이 다시금 마음속에 새겨지는 퇴사다.

초기 스타트업은 시니어 개발자분들이 본인의 역량을 뽐내는 곳이지, 신입이 배울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초기 스타트업에 엄청난 고수 시니어분이 계시고 그분 옆에서 지속적으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그럴 확률이 굉장히 낮습니다.

내가 창업하지 않는 이상 내 인생에 스타트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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